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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주가 반등 이끈 두 가지 변수…ESS 수주와 국제유가 급등

읽는 시간 약 10분

합병 발표 충격 딛고 빠르게 반등한 주가

SK이노베이션 주가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의 합병 소식으로 급락한 이후 불과 며칠 만에 하락분을 모두 회복했다. 시장의 관심을 끈 요인은 합병 자체보다는 SK온의 미국 ESS 사업 확대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13만5300원에 장을 마쳤다. 하루 전보다 7.81% 상승한 수치다. SKIET 합병 소식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26일 종가가 11만12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거래일 동안 주가가 약 21.7% 높아졌다.

합병 발표 직전인 지난달 25일 주가는 12만5000원이었다. 이후 31일에는 12만5500원까지 회복했고, 다음 거래일에는 이보다 8% 이상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처음에는 합병 소식이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흡수합병하면서 SKIET 보통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주식 0.117454주를 지급하기로 하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특히 적자 부담이 큰 SKIET를 모회사가 직접 떠안는다는 점과 합병 과정에서 신주가 발행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합병 발표 직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루 만에 11.04% 떨어졌으며, 거래량도 422만주로 전날 약 48만주보다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7일 0.72%, 28일 4.38% 상승한 데 이어 31일에는 7.36% 급등하면서 반등 속도가 빨라졌다.

SK온, 미국 ESS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 확보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SK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이었다.

SK온은 지난달 31일 미국 에너지저장장치 업체 네오볼타 파워와 총 9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생산시설에서 LFP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제조해 네오볼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ESS용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률에 대한 부담이 커졌지만, ESS 수요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계약 규모는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연간 약 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계약 하나만으로 SK온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계약 금액보다 미국 현지 생산설비를 활용해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미국 ESS 시장 확대에 기대감 커져

SK온은 이미 미국 ESS 시장에서 추가 공급 실적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디벨롭먼트와 최대 7.2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네오볼타 계약까지 포함하면 공개된 미국 ESS 공급 물량은 최대 16.2GWh에 이른다.

SK온이 올해 제시한 글로벌 ESS 수주 목표가 20GWh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계약들의 의미도 적지 않다.

미국 배터리 시장의 환경 변화도 국내 업체에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구매세액공제 종료 이후 EV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반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셀에 적용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여전히 중요한 지원책으로 남아 있다.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세 부담 역시 확대됐다. 중국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ESS 시장에서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올해부터 AMPC 적용 과정에서 중국 등 금지외국기업과 연관된 원재료 및 부품에 대한 기준이 강화된 만큼 관련 규제 변화는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SK온은 네오볼타와 추가적인 9GWh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재 확정된 외부 공급계약은 첫 번째 9GWh 물량이다.

SK온이 ESS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향후 실제 가동률과 제조원가, 수익성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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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서린사옥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온 실적 개선에도 비용 부담은 여전

SK온의 최근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올해 2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해당 실적에는 고객사 보상금과 AMPC 등의 영향이 포함돼 있어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ESS 공급 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7년 이후에는 생산라인 가동률과 원가 경쟁력이 실제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정유사업에 호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을 설명하는 또 다른 변수는 국제유가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발생하면서 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긴장이 높아지고 유조선 피격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1일 4.6% 오른 배럴당 94.65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5.2% 상승하며 배럴당 90.22달러까지 올라섰다.

두 유종 모두 최근 5주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에서도 정유업종이 동반 상승했다. S-Oil은 5.00%, GS는 2.28% 올랐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업종 전반에 나타난 상승 흐름의 영향을 받았다.

즉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에는 SK온의 ESS 수주 기대감뿐 아니라 정유사업에 대한 국제유가 상승 기대도 함께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발 석유제품 공급 감소도 변수

중동뿐 아니라 러시아의 석유제품 공급 정책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국내 연료 공급에 부담이 발생하자 디젤과 선박용 연료 등의 수출 제한 조치를 9월 말까지 연장했다.

러시아의 올해 원유 생산 전망 역시 하루 988만배럴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자체보다 경유나 항공유 같은 석유제품의 공급량 변화가 수익성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동과 러시아에서 석유제품 공급이 감소하면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정유사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무조건 정유사에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을 곧바로 정유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유가가 오르면 보유하고 있던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원유 구매비용과 운송비, 보험료 등도 증가한다.

반대로 비싼 가격에 원유를 들여온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 부문 역시 비슷하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만큼 제품 가격이 따라오르지 못하면 제품과 원료 사이의 수익성 차이가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유가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적 증가와 함께 재무 부담도 살펴봐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3조48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과 별개로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보다 1조1000억원 증가한 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 상승으로 매출채권과 재고 등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회사가 2030년까지 순차입금을 20조원 아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수준에서 목표까지는 약 3조7000억원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

여기에 SKIET 합병까지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이 재무 부담을 걱정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주가를 되돌린 것은 합병 외부의 재료

SK이노베이션 주가 흐름을 종합하면 합병 발표 자체가 상승의 출발점은 아니었다.

오히려 합병은 초기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요인이었다. 이후 SK온이 미국 ESS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계약을 확보하면서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부담이 커진 생산시설에 새로운 활용처가 생겼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국제유가까지 급등하면서 정유사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합병 발표 직후 발생했던 주가 하락폭을 나흘 만에 대부분 만회했다.

앞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유가 움직임뿐 아니라 SK온의 ESS 수주 확대, 미국 생산라인 가동률, 실제 배터리 사업 수익성, SKIET 합병 이후 재무구조 변화 등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가 반등은 ESS와 유가라는 두 가지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인 만큼, 이 요인들이 일시적인 재료에 그칠지 지속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SK이노베이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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