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장기 LNG 공급망 바탕으로 AI 전력시장 공략
14년에 걸친 호주 바로사 프로젝트의 결실
SK이노베이션이 장기간 투자해 온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기존 에너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 분야와 연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시설의 전력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NG를 중심으로 한 전력 공급망 구축이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SK E&S는 지난 2012년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가스전의 매장량을 확인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생산과 액화에 필요한 설비를 마련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SK E&S는 2024년 11월 SK이노베이션에 합병됐고, 장기간 추진된 바로사 프로젝트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사업 기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해 2월 23일에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한 첫 LNG가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투자 이후 실제 국내 도입까지 약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바로사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LNG는 연간 약 130만 톤 규모다. 계약에 따라 향후 20년 동안 최대 2,600만 톤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장기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SK서린사옥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기존 시설 활용해 LNG 공급망 구축
바로사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LNG로 만드는 과정에는 기존 다윈 LNG터미널을 개조해 활용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새로운 액화터미널을 처음부터 건설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에서 생산된 LNG는 선박을 이용해 한국으로 운송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호주에서 국내까지 LNG를 운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10일 수준이다. 장기간 확보한 가스전과 기존 액화·운송 인프라를 결합하면서 안정적인 LNG 조달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LNG 사업은 호주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이미 LNG를 확보해 국내에 공급해 왔다. 회사는 미국 프리포트 LNG와 연간 220만 톤 규모의 액화플랜트 사용계약을 체결했으며, 2020년부터 미국산 LNG를 국내로 들여왔다.
LNG 운송을 위한 전용 선박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LNG 수송선 4척을 운용하는 동시에 충남 보령 LNG터미널의 설비 사용권한도 확보하고 있어 해외에서 가스를 조달하고 국내 발전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국내 발전 부문에서도 관련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광양·파주·여주 천연가스발전소와 하남·위례 열병합발전소 등을 운영하면서 LNG 조달부터 발전까지 연결되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 증가
LNG 사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배경에는 AI 산업의 급성장이 있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지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약 485TWh에서 2030년에는 약 95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단순히 서버와 건물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전력망 연결과 발전설비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원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료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LNG 조달 및 발전 역량을 활용해 AI 산업의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사업 모델을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발전소와 LNG터미널을 건설하는 동시에 인근에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LNG 발전과 산업단지를 결합
SK이노베이션은 베트남에서 국영 발전회사 PV Power, 현지 기업 NASU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뀐랍 LNG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은 올해 2월 사업자로 선정됐다.
프로젝트는 베트남 응에안성에 약 1.5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LNG터미널과 전용 항만까지 함께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약 23억 달러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기술 인프라 착공식도 진행됐다. 현재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상업운전 목표 시점은 2030년 12월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서 단순히 발전소만 운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LNG 조달부터 터미널, 발전, 전력 소비처까지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LNG 조달망을 활용해 베트남 LNG터미널로 연료를 운송하고 이를 발전소에 공급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까지 연결
베트남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발전소 주변에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함께 유치하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된 전력을 주변 산업단지에 공급하고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연계하는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을 베트남 정부에 제안했다.
이는 발전소를 단순한 전력 생산시설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을 발전소 주변에 모아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접근이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이 들어서면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발생하고, 발전소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전력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다.
지난 7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PVN, PV Power 관계자들과 만나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과 호주에서 확보한 가스전 및 장기 LNG 계약을 활용해 베트남 발전사업에 연료를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LNG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발전원 가운데 하나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글로벌 LNG 사업 규모도 확대 추진
뀐랍 LNG터미널의 역할도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터미널을 인근 발전소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지역 에너지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LNG 발전소와 터미널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하나의 발전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LNG를 수입하고 저장한 뒤 여러 발전시설과 산업시설에 공급하는 광역 에너지 공급망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다.
회사는 현재 연간 약 600만 톤 수준인 글로벌 LNG 포트폴리오를 2030년까지 1,000만 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같은 전략은 LNG를 단순히 판매하는 사업에서 벗어나 자원 확보와 운송, 터미널, 발전, 산업단지, 데이터센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종합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실제 LNG 발전사업의 확대로 어느 정도 이어질지는 전력시장 제도와 발전소 건설 일정, 천연가스 가격,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바로사 투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된 자원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2년 시작된 투자가 14년 뒤 국내 LNG 도입으로 이어졌고, 확보된 장기 공급망은 국내 발전뿐 아니라 향후 해외 전력사업에도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의 전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기존 LNG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연료 조달과 발전시설, 전력 수요처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LNG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와 AI 산업의 결합 모델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FAQ
바로사 가스전은 무엇인가요?
바로사 가스전은 호주 북부 해상에 위치한 천연가스 개발사업이다. SK E&S가 2012년 사업에 참여했으며, 이후 개발과 생산설비 구축을 거쳐 2026년 국내로 첫 LNG가 도입됐다.
SK이노베이션이 바로사에서 확보한 LNG 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간 약 130만 톤 규모이며, 향후 20년 동안 최대 2,600만 톤의 LNG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공급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LNG 발전사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베트남 응에안성에서 추진하는 뀐랍 프로젝트는 약 1.5GW급 복합화력발전소와 LNG터미널, 전용 항만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약 23억 달러 규모다.
AI 데이터센터와 LNG 발전소를 연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 SK이노베이션은 LNG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등에 공급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발전과 전력 수요처를 연계하는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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