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오파칼림’ 글로벌 권리 확보…미국 직판 사업 확대
최대 1조1000억원 규모로 신약 후보물질 도입
SK바이오팜이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이번 거래는 SK바이오팜이 기존 신약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혁신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헤이븐과 오파칼림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선급금과 개발·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7억9500만 달러로, 원화로 약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선급금은 4억 달러이며, 계약 완료 시점에 3억5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1년이 지나면 나머지 5000만 달러를 지급한다. 향후 개발과 허가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최대 3억9500만 달러의 추가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구조다.
새로운 작용기전 가진 뇌전증 치료제
오파칼림은 선택적으로 칼륨 채널 Kv7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갖춘 것이 특징으로,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및 3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핵심 임상시험인 RISE3의 첫 주요 결과는 올해 말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2028년 추가 임상 결과를 확보하고,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9년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임상 과정에서 오파칼림의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전증 치료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졸림과 어지럼증 등 중추신경계 관련 부작용 부담을 낮추면서 치료 효과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0년 뇌전증 사업 경험 활용
SK바이오팜은 오랜 기간 뇌전증 치료제 개발과 판매 과정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파칼림을 검토했다. 후보물질의 임상 진행 상황과 시장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과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계약에는 오파칼림뿐만 아니라 Kv7 계열 신약을 발굴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플랫폼과 관련 화합물에 대한 권리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단일 후보물질 도입을 넘어 향후 후속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렸다.
일부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원개발사인 놉 바이오사이언스에 지급된다. 거래는 기업결합 관련 승인 등 필요한 절차와 선행조건을 충족한 이후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와 함께 미국 시장 공략
이번 오파칼림 도입의 핵심은 SK바이오팜이 이미 구축한 미국 상업화 인프라를 새로운 제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뇌전증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오파칼림이 향후 허가를 획득하면 미국 현지 자회사 SK 라이프사이언스의 영업 조직과 의료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150명 이상의 전문 영업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뇌전증 전문센터와 신경과 의료진을 연결하는 상업화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와 오파칼림은 치료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두 제품을 함께 활용할 경우 영업 및 마케팅 측면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이를 통해 환자별 치료 수요에 맞춘 선택지를 확대하고 뇌전증 분야에서 보다 탄탄한 제품군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단일 제품’에서 ‘멀티 제품’ 체제로 전환
SK바이오팜은 이번 계약을 신규 제품 확보와 기존 미국 영업망 활용을 결합한 성장 전략의 중요한 사례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를 중심으로 미국 사업을 키워왔다면, 앞으로는 외부에서 경쟁력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자체 상업화 역량을 활용해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기업에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둔 후기 단계 후보물질을 직접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초기 단계 기술 도입과 차이가 있다.
SK바이오팜 측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서 여러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글로벌 신약개발 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사업도 확대
SK바이오팜은 기존 핵심 제품인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제형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현탁액 제형의 신약허가신청을 완료했다. 전신 강직-간대발작 환자와 소아 환자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추가 허가 신청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 파트너를 통해 올해 3월 판매를 시작했으며, 중남미 시장에서는 파트너사와 협력해 페루·칠레·브라질 등에 제품을 출시했다. 일본 허가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 사진 제공 = SK바이오팜
새로운 성장 모델 구축에 주목
이번 오파칼림 도입은 SK바이오팜이 자체 신약 개발뿐 아니라 외부 유망 후보물질을 선별해 확보하고, 기존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해 상업화하는 전략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파칼림이 임상과 허가 과정에서 기대한 성과를 거둘 경우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또 하나의 뇌전증 치료제를 확보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뇌전증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투자는 단순한 신약 후보물질 확보를 넘어 SK바이오팜이 ‘단일 제품 중심 기업’에서 ‘복수의 혁신신약을 글로벌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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